2026년 5월 현재,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자연어만으로 애플리케이션 하나를 뚝딱 개발할 수 있을 정도로 AI 코딩 에이전트의 성능이 좋아졌다. 그저 내가 만들고 싶은 기능을 글로써 잘 요구하기만 하면, 코딩은 AI가 전부 다 대신해준다.
API 문서를 찾아보거나 Stackoverflow를 뒤져가며 개발하는, 소위 말하는 '삽질'을 언제 마지막으로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. 라이브러리의 API 사용법을 내가 알고 있을 필요가 전혀 없고, 궁금해진다 하더라도 그 조차 AI에게 물어보는 게 직접 뒤져보는 것보다 더 빠르다. 그래서, 최근의 나는 AI가 찾아주고 정리해 주는 글만 읽었다. 더 이상 직접 구글링을 해서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는 글을 찾아가는 과정을 겪지 않게 됐고, 이는 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되어버렸다고 본다.
그래서 최근에는 블로그에 글을 쓰지 않게 됐다. 바빠서 그랬던 것도 있지만, 나조차도 글을 찾아보지 않게 됐는데 내가 쓴 글을 누군가가 찾아보기나 할까?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. 지금까지 내가 이 블로그에 적어왔던 글들은 대부분, 내가 먼저 겪어본 경험을 타인에게 "공유"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왔다. 그런데 나조차도 타인이 작성한 글로부터 도움을 받지 않게 된 지가 오래 되었는데, 또 애초에 타인에게 공유하면 좋을만한 삽질이라는 것을 하지 않게 된지가 너무 오래되었는데. 그런데 내가 글을 쓴다 한들 내 글이 도움이 될까? 싶었다. 그래서 작년쯤부터는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하게 됐다. 글 하나 쓰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기도 하고..
글 하나 쓰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리기도 하고.. 요즘 일할 때 느끼는 건데, 이제는 내 코딩 실력보다 미천한 글쓰기 실력이 더 병목을 일으킨다. AI한테 일을 시키려면 글을 정말 잘 써줘야 한다. 사람이랑 협업하며 대화할 때랑은 결이 다르다. 나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 팀원들(인간들)과 대화할 때는 '추상적인' 표현을 남발해도 다 알아듣는다. 아니, 알아들어준다.
A: "저 버튼 옆에 그 그 체크박스 있잖아요.."
B: "아 네 이거요."
인간들과는 이런 류의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다. 같은 프로젝트에 대해 같은 화면을 바라보면서, 같은 지식과 같은 히스토리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의 대화이기 때문에. 다시 말해서 같은 맥락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성립될 수 있는 대화이다.
하지만 AI에게 일을 시킬 때는 내가 바라보고 있는 것을 정확하게 짚어주고, 내가 요구하는 것을 명확하게 서술해주어야만 한다. 물론 요즘 AI 모델 자체가 똑똑해져서 어느 정도 추상적인 표현은 이제는 커버가 되는 것 같다고 느끼지만, 그래도 내가 정확할수록 AI 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정확해진다.
그래서 이제 개발자는 프레임워크나 라이브러리 자체의 숙련도를 높이거나, API 또는 내장 함수를 외우고 있는 것. 다시 말해 '코더'로서의 역량의 중요도는 이전보다는 낮아진 것 같다. 대신 요구하는 것을 명확하게 글로 작성할 수 있는 '어휘력'과, 말하고자 하는 바를 빠르고 명확하게 작성할 수 있는 '작문 능력'. 이 두 가지가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게 된 것 같다. 흔히 관리자 직책이 되면 필요해진다 말하는 그 능력들.
다만, 개발자에게 아키텍처 설계 능력이나 이론적인 지식에 대한 중요도는 예나 지금이나 0순위라고 생각한다. 사실 당연한 거다.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시하는 게 가장 좋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론 지식에서 나오는 거니까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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